모아나 실사판은 7월 8일 한국에서 먼저 개봉했고, 이틀 뒤인 7월 10일 북미에서도 극장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두 곳의 반응은 거의 반대로 엇갈렸습니다. 해외 평론가들은 로튼토마토 37%(리뷰 78개)라는 낮은 점수로 혹평했지만, 한국 관객은 네이버에서 9.8점이라는 보기 드문 만족도를 보내고 있습니다. 평론가가 틀렸다거나 한국 관객이 너그럽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리뷰와 관람 후기를 나란히 읽어 보면, 양쪽이 이 영화에서 기대한 것이 처음부터 달랐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을 뿐 새로 만들 이유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점수는 디즈니 실사화 가운데서도 바닥권에 속합니다. 피노키오(2022)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2016)보다는 높지만, 스노우 화이트(2025, 39%)보다도 낮습니다. 평론가들의 불만은 결국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던 영화”라는 말로 모입니다.
AP통신의 제이크 코일은 원작 애니메이션이 2016년에 나왔는데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실사로 다시 만드는 것은 콘텐츠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기획이 빈곤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습니다. 어떤 평론은 한술 더 떠, AI 영상 생성기에 모아나 장면을 실사로 바꿔 달라고 입력해서 얻은 결과물 같다고까지 했습니다. 원작을 장면 단위로 그대로 따라 하다 보니 영화만의 상상력이 들어설 틈이 없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실관람객이 모이는 Letterboxd에서도 쓴소리가 많았습니다. 또 하나의 불필요한, 거의 장면마다 똑같이 베낀 복제품이라는 평이 자주 보이고, CGI와 그린 스크린에 기댄 화면이 납작하고 생기가 없다는 말도 여러 번 되풀이됩니다.
물론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Variety는 자신이 본 디즈니 실사화 가운데 가장 잘 만든 영화이며 실사화의 저주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고, Hollywood Reporter는 원작의 뼈대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리메이크 자체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작품이라고 썼습니다. 그래도 로튼토마토에 모인 평론가 다수의 판단은 부정적인 쪽입니다.
무엇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갔느냐가 달랐습니다. 해외 평론가들은 원작과 다른 해석이나 새로운 시도를 기대했고, 그것이 보이지 않자 박한 점수를 줬습니다. 반면 한국 관객 상당수는 처음부터 모아나의 노래와 화면,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는 경험 자체를 즐기러 갔습니다.
좋은 평을 남긴 관객들의 말에서도 그 차이가 보입니다.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봤는데 무척 좋았다는 후기, OST가 실사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후기, 스크린X로 보면 바다 장면이 압도적이라는 후기가 많습니다. 평론가에게는 지루한 반복으로 보였던 장면 단위의 재현이, 원작을 사랑한 관객에게는 추억 속 장면을 실사로 다시 만나는 기쁨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평론가보다 훨씬 따뜻합니다. 북미 개봉 관객을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인 CinemaScore에서는 A등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튼토마토 비평가 점수가 37%에 그쳤어도 극장을 나서는 북미 관객의 만족도는 높다는 뜻이고, 평론가와 일반 관객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레딧에서도 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영화 전반을 다루는 r/movies의 리뷰 스레드에서는 필요 없는 영화라는 말이 많지만, r/Moana나 r/Disney 같은 팬 커뮤니티에서는 캐서린 라가이아의 연기와 노래가 최고였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평론가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을 보고 있을 뿐이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입니다.
- 원작 모아나를 아끼는 팬 — 좋아하던 장면을 실사로 다시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 아이와 함께 극장 나들이를 계획하는 가족 — 원작과 이야기 흐름이 같아 아이들도 쉽게 따라갑니다
- OST를 좋아하는 분 — How Far I'll Go와 You're Welcome을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장면이 특히 돋보입니다
- 스크린X나 IMAX로 보고 싶은 분 — 바다 장면은 큰 화면에서 볼 때 차이가 확실합니다
반대로 아래에 해당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 원작과 다른 해석이나 새로운 시선을 기대하는 분 — 평론가들이 짚은 아쉬움이 그대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얼마 전 원작을 다시 본 분 — 익숙한 장면들이 반복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 CGI의 어색함에 예민한 분 — 그린 스크린에 기댄 장면이 눈에 띄는 편입니다
결국 모아나 실사판은 평론가와 관객 중 누가 옳으냐를 따지기보다, 보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영화입니다. 원작의 노래와 이야기를 실사 화면으로 다시 누리고 싶은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고, 디즈니 실사화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분이라면 로튼토마토 37%를 미리 새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개봉 사흘째인 7월 10일 무렵 4위권 진입이 점쳐졌습니다. 같은 시기 토이스토리5, 눈동자, 이블 데드 번과 어떤 경쟁을 벌일지도 지켜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