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옥상, 이라크 라마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Navy SEAL 팀원들은 창문 너머 시장 골목을 지켜보며 교신한다. 교대로 물을 마시고,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고, 짧게 웃기도 한다. 95분짜리 영화 Warfare(워페어)는 이 느리고 평범한 대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폭발이 온다.
로튼토마토 92%. 알렉스 가를란드(Alex Garland) 필모그래피 최고 점수. A24 배급. 실제 2006년 라마디 전투를 직접 경험한 Navy SEAL 레이 멘도자(Ray Mendoza)가 공동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평점 때문이 아니다 — 무엇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정했는가 때문이다.
2006년 라마디 —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이 다른 이유
2006년 11월 19일, 라마디(Ramadi) 전투 직후. Navy SEAL 부대는 지상군 이동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감시 임무를 맡는다. 이웃 건물에 몸을 숨기고 시장 골목을 내려다보는 일이다. 계획대로라면 조용히 끝날 작전이었다.
건물 안에 이미 알카에다 무장대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다. 저격 구멍으로 수류탄이 날아들었고, 탈출 중 IED가 터졌다. 엘리엇 밀러(Elliott Miller)는 중상을 입었다. 영화는 그에게 헌정됐다.
알렉스 가를란드는 촬영 전 단 하나의 규칙을 세웠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은 — 나 자신을 포함해 — 아무것도 이야기에 덧붙일 수 없다." 모든 대사와 행동의 출처는 레이 멘도자 또는 그날 함께한 팀원들의 증언뿐이다. 작가의 상상이 들어간 장면이 없다는 뜻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알렉스 가를란드가 포기한 것들
Civil War(2024)를 봤다면 알겠지만, 가를란드는 전쟁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Warfare는 그보다 더 나아간다. 배경 설명도 없고, 주인공도 없고, 음악도 없다. 적군은 화면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선악 구도도 없다.
영화는 95분 동안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슬로우모션도, 극적인 BGM도, 영웅적인 독백도 없다. 대신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총성과 폭발음, 교신 무선 노이즈, 그리고 다친 전우를 들쳐 업고 계단을 내려가는 팀원들의 숨소리가 있다.
비평가들이 Saving Private Ryan, Come and See와 비교한 것은 근거 없는 과장이 아니다. 다만 Warfare는 그 두 작품보다도 서사적 구조를 더 많이 지웠다. 남긴 것은 오직 그날 그 건물 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뿐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조셉 퀸·킷 코너·윌 풀터 — 영웅 없는 앙상블
캐스팅 목록을 보면 눈에 띄는 이름들이 있다. 조셉 퀸(Joseph Quinn, Stranger Things 에디), 킷 코너(Kit Connor, Heartstopper 닉), 윌 풀터(Will Poulter, Midsommar), 찰스 멜튼(Charles Melton, May December), 핀 베넷(Finn Bennett), 코스모 자비스(Cosmo Jarvis). 화려한 라인업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돋보이지 않는다 — 의도적으로.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거의 없고, 캐릭터 소개 자막도 없다. 관객은 처음 20분 동안 누가 누군지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전투 상황에서 외부인이 그 팀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조셉 퀸이 연기하는 메딕(군의관) 장면에서 유일하게 영화가 잠깐 멈추는 느낌이 든다. 부상당한 팀원을 처치하면서 그의 손이 떨리는 장면이다. 대사도 없고, 음악도 없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네이버 영화
이 영화가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맞는 사람: 서사보다 경험에 가까운 영화를 원하는 사람. Dunkirk, Come and See, 1917처럼 "전쟁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다"는 관람 동기가 있다면 이 영화는 그 기대에 정확하게 응답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조용한 공간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안 맞는 사람: 명확한 인물 서사와 감정선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영화다. 누가 왜 거기 있는지, 이 작전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적군과 아군의 관계, 전쟁의 윤리적 판단을 담은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판단하지 않는다 — 그게 가장 불편한 지점이기도 하다.
RT 92%지만 CinemaScore는 A-. 비평가와 일반 관객 사이의 간극이 있는 영화다. 보고 나서 대화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 네이버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나
2025년 4월 11일 미국 극장 개봉 후, 2025년 9월 12일부터 HBO Max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한국에서는 왓챠 또는 쿠팡플레이(HBO 채널)에서 볼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Amazon Prime Video, Apple TV, YouTube에서는 VOD로 구매·대여 가능하다(2025년 5월 6일 디지털 출시).
Blu-Ray · 4K 실물 패키지도 출시됐다. 사운드 믹싱이 대단한 영화인 만큼, 가능하다면 홈씨어터 환경에서 보는 것을 권한다. 이어폰으로 보면 폭발음이 예상보다 더 크게 들릴 수 있다.
상영 시간은 95분. 드라마틱한 엔딩을 기다리며 본다면 당황할 수 있다 — 영화는 그냥 끝난다. 실제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Warfare는 전쟁 영화의 언어를 거부한 전쟁 영화다. 영웅도 없고, 교훈도 명시하지 않는다. 2006년 라마디의 그날을 가능한 한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는 존재 이유가 있다. 엘리엇 밀러와 그날의 팀원들에게 헌정된 95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