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영화는 한 번 정주행을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 보라고 틀어놨다가 어른이 더 울고 있는 경우가 워낙 많죠. 이 글을 쓰는 편집자 R도 명절에 조카랑 ‘코코’를 같이 봤다가, 정작 눈물 쏟은 건 저뿐이라 민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픽사 작품이 워낙 많다 보니 ‘뭐부터 봐야 하나’ 막막한 분들이 많습니다. 토이 스토리만 다섯 편이고, 매년 신작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TMDB 평점과 실제 감동을 기준으로 두고두고 볼 만한 픽사 베스트 6편을 추렸습니다. 평점은 모두 TMDB 실제 수치 그대로이고, 어떤 작품을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은지까지 같이 정리했습니다.
여섯 편 모두 지금 디즈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랑 볼지, 혼자 조용히 볼지에 따라 순서를 다르게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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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를 매긴 기준 — 평점만이 아니라 ‘다시 보고 싶은가’
순위를 짤 때 TMDB 평점만 보면 사실 픽사 영화는 다 고만고만하게 높습니다. 대부분 7점 후반에서 8점 초반에 몰려 있어서 0.1점 차이로 줄을 세우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평점을 1차 기준으로 두되, ‘성인이 봐도 다시 보고 싶은가’, ‘처음 픽사를 보는 사람에게 권하기 좋은가’를 같이 봤습니다.
이번 6편의 TMDB 평점을 먼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코코 8.2점, 소울 8.1점, 월•E 8.1점, 업 8.0점, 인사이드 아웃 7.9점, 토이 스토리 3 7.8점입니다. 평가 참여 수가 모두 1만 표를 훌쩍 넘기 때문에 점수 신뢰도도 높은 편입니다. 숫자만 보면 미세한 차이지만, 결이 꽤 다른 여섯 편이라 취향에 따라 1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마다 ‘이런 사람에게 맞다’를 분명히 적어두겠습니다.
1위 — 코코 (2017): 가족과 보면 무조건 우는 작품
이번 6편 중 TMDB 평점이 가장 높은 작품이 ‘코코’입니다. 8.2점에 2만 표가 넘게 쌓였습니다. 리 언크리치 감독이 연출했고,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음악가가 되고 싶은 소년 미겔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코코’의 진짜 무기는 후반부입니다. 앞쪽 한 시간은 화려한 색감과 음악으로 신나게 굴러가다가, 마지막 20분에 가족과 기억에 관한 한 방을 정확히 꽂아 넣습니다. 이 글을 쓰는 편집자 R도 ‘기억해 줘(Remember Me)’가 흐르는 장면에서 매번 무너집니다. 슬픔을 억지로 쥐어짜는 게 아니라, 음악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도착하는 결말이라 더 오래 남습니다.
부모님이나 아이와 함께 볼 첫 번째 픽사를 고른다면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권합니다. 가족 이야기라는 점에서 누가 봐도 공감 포인트가 있고, 음악이 좋아서 어린 관객도 끝까지 집중합니다. 다만 ‘마냥 밝은 애니’를 기대하면 후반부 감정이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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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 소울 (2020): 어른을 위한 픽사
‘소울’은 TMDB 8.1점으로 이번 목록에서 코코 다음으로 높습니다. ‘인사이드 아웃’과 ‘업’을 만든 피트 닥터 감독 작품이고,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음악 교사 조 가드너가 무대에 서기 직전 사고로 영혼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목소리는 제이미 폭스와 티나 페이가 맡았습니다.
이 작품은 솔직히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더 와닿습니다. ‘삶의 목적이 뭔지’, ‘꿈을 이루면 정말 행복한지’ 같은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모험극이라기보다는 조용히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라, 아이와 함께 보면 아이는 다소 심심해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하루가 고됐던 날 혼자 보기에 이만한 작품이 드뭅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 지하철에서 본 노을이나 피자 한 조각 같은 장면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떠오릅니다. 인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분, 잔잔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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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위 — 월•E와 업: 대사 없이도 마음을 흔드는 두 편
3위 ‘월•E’(2008)는 TMDB 8.1점입니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 작품이고, 인류가 떠난 폐허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를 정리하는 로봇 월•E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월•E가 작은 식물을 소중히 다루고, 정찰 로봇 이브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말 없이 다 전달됩니다. 표정과 동작만으로 감정을 그려내는 픽사의 연출력이 가장 빛나는 작품입니다. 환경 메시지가 담겨 있어 아이와 보며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4위 ‘업’(2009)은 8.0점으로, 피트 닥터 감독이 만들었습니다. 풍선 수천 개로 집을 띄워 남미로 떠나는 노인 칼의 모험담인데, 유명한 건 모험보다 도입부 4분입니다. 칼과 아내 엘리가 함께한 평생을 대사 없이 압축한 그 오프닝은, 픽사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입니다. 시작 10분 만에 한 번 울고 들어가는 영화라고 보면 됩니다.
두 작품 모두 ‘말로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연출의 정점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잔잔한 감정선을 좋아한다면 이 두 편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다만 둘 다 도입부 분위기가 묵직해서, 아주 어린 아이는 초반에 지루해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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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위 — 인사이드 아웃과 토이 스토리 3: 입문용으로 가장 무난한 두 편
5위 ‘인사이드 아웃’(2015)은 TMDB 7.9점입니다. 역시 피트 닥터 감독 작품이고, 열한 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다섯 감정이 벌이는 소동을 그립니다. 감정을 캐릭터로 의인화한 발상이 워낙 똑똑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가 봐도 재미있게 따라갑니다. ‘슬픔도 필요한 감정’이라는 메시지가 부담스럽지 않게 녹아 있어, 픽사 입문작으로 제일 추천하기 좋은 편입니다. 2024년 후속편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했는데, 1편을 먼저 보고 2편으로 가면 훨씬 좋습니다.
6위 ‘토이 스토리 3’(2010)은 7.8점입니다. 주인이 대학에 가면서 버려질 위기에 놓인 장난감들의 이야기인데, 시리즈를 어릴 때부터 본 사람일수록 마지막 작별 장면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1편(1995)부터 차례로 보면 감정이 몇 배가 되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토이 스토리는 시리즈로 정주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 두 편은 ‘픽사가 처음’인 사람이 가장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밝고 빠르고 유머가 많아서, 가족 단위로 거실에서 틀어두기에 딱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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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서로 볼까 — 상황별 추천 동선
여섯 편을 무작정 평점 순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랑 보느냐에 따라 순서를 다르게 잡는 게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가족·아이와 본다면: 인사이드 아웃 → 토이 스토리 3 → 코코 순서를 권합니다. 밝고 따라가기 쉬운 작품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코코로 감동을 한 번 크게 받는 동선입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인사이드 아웃과 토이 스토리부터 들어가는 게 안전합니다.
혼자 조용히 본다면: 소울 → 월•E → 업 순서가 좋습니다. 셋 다 잔잔하고 깊은 작품이라, 하루를 정리하며 한 편씩 천천히 보기에 잘 맞습니다. 특히 소울은 어른 혼자 볼 때 체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섯 편 모두 디즈니+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두 편씩 봐도 좋고, 비 오는 주말에 몰아봐도 후회 없는 라인업입니다. 픽사가 괜히 ‘실패가 적은 스튜디오’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여섯 편이면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리하면, 가장 높은 평점은 코코(8.2점)지만 ‘1위’는 결국 취향이 정합니다. 가족과 본다면 코코와 인사이드 아웃, 혼자 깊이 빠지고 싶다면 소울과 월•E, 시리즈의 정을 느끼고 싶다면 토이 스토리 3가 각자에게 1위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섯 편 모두 디즈니+에서 바로 볼 수 있으니, 오늘 기분에 맞는 한 편부터 골라보세요.
다음엔 두고두고 보는 인생 애니메이션 큐레이션과, 드림웍스 명작들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픽사를 다 봤다면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로 넘어가도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