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밤 EBS 1TV에서 첫 방송된 '최후의 인류' 1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장면은 거창한 미션 클리어가 아니라 불씨 하나였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투입된 출연진 7인에게 불 피우기는 체온 유지·물 끓이기·조리로 이어지는 생존의 첫 관문이었는데, 이 과제를 순식간에 해결한 사람이 가수 비비였습니다. 방송 다음 날 연예 매체들은 일제히 '파이어 걸'이라는 별칭을 기사 제목에 올렸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비비의 캐스팅 경로입니다. 제작진이 화제성을 보고 섭외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문을 맡은 과학자들 중 한 명이 비비를 직접 추천했다고 제작진이 밝혔습니다. 스스로를 '스토리 덕후'라고 부르는 비비는 평소 추리물과 과학 콘텐츠를 즐겨 보고,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많으며, 유도 공인 2단이라는 이력까지 갖고 있습니다. 1회의 불 피우기 성공이 우연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최후의 인류'라는 제목은 2015년 동명의 해외 영화(Extinction)나 TRPG '지구 최후의 인류'와 혼동되기 쉬운데, 이 글에서 다루는 작품은 EBS 창사특집으로 제작된 과학 생존 리얼리티입니다. 1회 불 피우기 장면이 화제가 된 맥락부터 캐스팅 비하인드, 유도 2단 같은 의외의 스펙, 신곡 BUMPA 활동과의 병행까지 비비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 크게 보기EBS '최후의 인류' 1회 스틸컷 ⓒ EBS
라이터 없이 불을 피운 가수 — 1회 '파이어 걸' 장면이 화제가 된 맥락
'최후의 인류'는 붕괴된 지구라는 설정 아래, 7인의 출연자가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과 폐쇄 생태계 실험 시설에서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 생존하는 EBS 창사특집 프로그램입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 과학 생존 리얼리티'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연진은 배우 유승호, 코미디언 이은지, 가수 겸 배우 비비, 뇌과학자 장동선,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광운대 화학과 장홍제 교수, 지구과학자 김한결 박사까지 총 7인입니다.
구성을 보면 연예인 3인과 과학자·전문가 4인이 섞여 있습니다. 일반적인 생존 예능이 연예인의 고생담을 중심에 두는 것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과학 지식이 실제 생존에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여주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1회는 그 출발점으로 애리조나 사막에서의 생존 실험을 다뤘습니다.
1회에서 출연진에게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불이었습니다. 사막 환경에서 불은 체온 유지, 식수 확보, 조리, 심리적 안정까지 연결되는 생존의 기본 단위입니다. 라이터나 성냥 같은 도구 없이 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과제를 순식간에 해결한 출연자가 비비였습니다.
방송 다음 날인 6월 5일, 연예 매체들은 '비비, 파이어 걸 별명 얻었다 — 생존 핵심인 불 피우기 성공'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7인 중 생존 기술 면에서 가장 먼저 존재감을 보여준 출연자가 과학자가 아니라 가수였다는 점이 화제의 핵심이었습니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불 피우기는 보통 '오래 고생하는 그림'을 만드는 장치로 쓰입니다. 수십 분씩 마찰열과 씨름하다 실패하고, 출연자들이 지쳐가는 과정 자체가 분량이 되는 구조입니다. 비비는 이 공식을 비껴갔습니다. 예상되는 실패 서사 대신 곧바로 성공하면서, 오히려 '이 사람은 왜 이걸 잘하지'라는 질문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습니다. 비비는 애초에 화제성 기준으로 섭외된 출연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아래 캐스팅 비하인드 단락에서 자세히 정리합니다.
비비는 누구인가 — '더 팬' 준우승에서 월드투어까지
비비의 본명은 김형서, 1998년 9월 27일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2018년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에서 준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자리잡았습니다. 기본 프로필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내용
본명
김형서 (활동명 비비, BIBI)
출생
1998년 9월 27일, 부산
데뷔 계기
2018년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 준우승
정규 음반
1집 Lowlife Princess: Noir(2022), 2집 EVE:ROMANCE(2025년 5월)
최신 싱글
BUMPA (2026년 5월 20일 발매)
의외의 이력
유도 공인 2단, 자칭 '스토리 덕후'
음악 쪽 커리어의 흐름은 가파른 편입니다. 정규 1집과 2집을 내는 사이 2024년 발표한 '밤양갱'이 큰 사랑을 받으며 대중적 인지도가 한 단계 올라갔고, 이후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17개 도시를 도는 데뷔 월드투어까지 마쳤습니다. 여기에 드라마·영화로 연기 영역까지 넓히면서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해 연기에도 도전한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이 따라붙었습니다.
다만 리얼리티, 그것도 생존 리얼리티는 비비에게 사실상 처음 열린 영역입니다. 무대와 연기에서 보여준 페르소나가 아니라, 대본 없는 환경에서의 판단력과 체력이 그대로 노출되는 포맷이기 때문입니다. '최후의 인류'가 비비의 커리어에서 흥미로운 변곡점인 이유입니다.
🔍 크게 보기가수 겸 배우 비비(김형서) ⓒ TMDB
이 글을 쓰는 편집자 R도 비비를 무대 위 아티스트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1회를 보면서 받은 인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 '예능에 적응하려는 가수'가 아니라 '원래 이런 환경에 흥미가 있는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인상은 제작진이 공개한 캐스팅 비하인드와 맞아떨어집니다.
캐스팅 비하인드 — 예능국이 아니라 과학자가 추천한 출연자
제작진이 공개한 출연자 섭외 비하인드에 따르면, 비비의 캐스팅 경로는 다른 출연자들과 달랐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여러 과학자에게 자문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자문 과학자 중 한 명이 비비를 직접 추천했다는 것입니다. 방송사 예능국의 섭외 리스트가 아니라 과학자의 추천에서 시작된 캐스팅인 셈입니다.
비비 본인의 설명도 이 추천과 맞물립니다. 비비는 스스로를 '스토리 덕후'라고 표현하며, 평소 추리물이나 과학 관련 콘텐츠를 즐겨 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많다는 점은 제작진이 출연진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직접 언급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폐쇄 생태계에서의 생존이라는 프로그램 콘셉트와 출연자의 평소 관심사가 겹치는 지점입니다.
이 캐스팅 방식은 프로그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통상의 예능 섭외는 화제성, 예능감, 시청층 확보가 우선 기준이 됩니다. 반면 '최후의 인류'는 과학자가 '이 사람이라면 이 실험에 맞는다'고 보증한 인물을 데려왔습니다. 1회에서 비비가 보여준 적응력은 우연이라기보다, 이 검증 과정의 결과물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유도 공인 2단에 진화생물학 관심까지 — 의외의 생존 스펙
제작진이 출연진 7인의 캐릭터를 공개하면서 비비에 대해 언급한 또 하나의 정보는 유도 공인 2단이라는 이력입니다. 공식 보도자료에서 '반전 매력'이라는 표현과 함께 소개된 사실로, 무대 위 아티스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스펙입니다. 유도 유단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낙법으로 다져진 신체 통제력, 체급 대비 효율적인 힘 사용, 훈련으로 만들어진 체력의 기초입니다.
1회까지 공개된 정보를 기준으로, 비비가 생존 리얼리티에서 가진 스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
확인 경로
생존 미션에서의 의미
유도 공인 2단
제작진 공식 소개
체력·신체 통제·부상 방지
진화생물학 관심
제작진·본인 언급
생태계 환경에 대한 이해
자칭 '스토리 덕후'
본인 인터뷰
실험 설정에 대한 몰입도
불 피우기 성공
1회 방송
실전 적응력 입증
물론 유도 단증이 사막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생존 리얼리티에서 체력 기반이 있는 출연자와 없는 출연자는 회차가 쌓일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위와 갈증, 수면 부족이 누적되는 환경에서는 기술보다 회복력이 먼저 바닥나기 때문입니다. 폐쇄 생태계 시설에서의 장기 미션이 예고된 만큼, 이 기초 체력이 어디까지 작동하는지가 비비를 지켜보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 크게 보기'최후의 인류'에 출연 중인 비비 ⓒ TMDB
월드투어 17개 도시 마치고 BUMPA 발매 — 음악 활동과의 병행
'최후의 인류' 방송 시점의 비비는 음악 쪽에서도 활동 밀도가 높은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비비는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17개 도시를 도는 데뷔 월드투어를 마쳤는데, 보도에 따르면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투어였습니다.
투어를 마친 뒤인 5월 20일에는 서머 싱글 'BUMPA'를 발매했습니다. 2025년 5월 정규 2집 'EVE:ROMANCE' 이후 약 1년 만의 신곡입니다. 이 곡은 원래 미발표곡이었는데, 월드투어 무대에서 선보일 때마다 현지 관객 반응이 좋아 정식 발매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작사·작곡 모두 비비가 직접 했고, 제목 'BUMPA'는 자메이카어로 엉덩이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비비는 이 곡을 두고 생각을 비우고 즐거움에 집중한 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6년 6월의 비비는 신곡 활동기와 '최후의 인류' 방송기가 겹쳐 있는 상태입니다. 한쪽에서는 여름 댄스곡의 가수로, 다른 쪽에서는 사막에서 불을 피우는 생존자로 노출되는 셈인데, 두 활동의 이미지 낙차가 큰 만큼 서로의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가수 활동과 방송 출연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비비라는 사람의 스펙트럼'으로 묶여 소비되는 구간입니다.
2회는 6월 11일 — 바이오스피어2 진입 이후 관전 포인트
방송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후의 인류'는 매주 목요일 밤 EBS 1TV에서 방송되며, 1회는 6월 4일 전파를 탔습니다. 2회는 편성 주기상 6월 11일 목요일 방송 예정입니다.
구분
내용
프로그램
EBS 창사특집 '최후의 인류' (과학 생존 리얼리티)
채널·편성
EBS 1TV, 매주 목요일 밤 10시 50분
1회 방송일
2026년 6월 4일
2회 방송일
2026년 6월 11일 (예정)
출연
유승호, 이은지, 비비, 장동선, 이낙준, 장홍제, 김한결
무대
미국 애리조나 사막·폐쇄 생태계 실험 시설(바이오스피어2)
🔍 크게 보기'최후의 인류' 공식 포스터 ⓒ EBS
이후 회차의 핵심 무대는 바이오스피어2입니다. 1991년부터 약 2년간 8인의 연구자가 외부와 차단된 채 거주하는 폐쇄 생태계 실험이 실제로 진행됐던 시설로, 산소·식량·물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환경입니다. 사막에서의 생존이 '버티기'였다면, 폐쇄 생태계에서의 생존은 '운영'에 가깝습니다. 과학자 4인의 지식이 본격적으로 쓰이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2회 예고의 세부 내용은 글 작성 시점 기준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이 글에서는 확정된 편성 정보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구체적인 예고 영상은 EBS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비비 기준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파이어 걸' 이후의 역할입니다. 불 피우기로 생존 기여도를 먼저 입증한 만큼, 폐쇄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가 다음 회차의 자연스러운 궁금증입니다. 둘째, 과학자 4인과의 조합입니다. 평소 과학 콘텐츠를 즐겨 본다는 출연자가 실제 과학자들과 한 팀이 됐을 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배우는지는 이 프로그램만 보여줄 수 있는 그림입니다. 셋째, 장기전 체력입니다. 유도 2단의 기초 체력이 폐쇄 환경의 누적 스트레스 속에서 어디까지 유지되는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EBS 과학 생존 리얼리티 '최후의 인류' 1회에서 비비는 불 피우기 성공으로 '파이어 걸'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그 배경에는 과학자 추천이라는 이례적인 캐스팅 경로, 유도 공인 2단과 진화생물학 관심이라는 준비된 스펙이 있었습니다. 월드투어와 신곡 BUMPA로 이어지는 음악 활동과 방송이 겹치는 시기라는 점도 지금의 비비를 읽는 포인트입니다. 2회는 6월 11일 목요일 밤 10시 50분 EBS 1TV에서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