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14만 명. 1월 21일 개봉한 프로젝트 Y는 조용히 사라지는 쪽이었다.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조합, 범죄 누아르라는 장르, 이환 감독의 연출 — 충분히 기대를 모을 요소들이었는데 결과는 아쉬웠다. 그런데 4월 17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뒤 상황이 달라졌다. 공개 사흘 만에 한국 영화 1위. 극장에서 보지 않은 사람들이 OTT에서 다시 찾고 있다는 신호다.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은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서 다른 내일을 꿈꾸던 두 사람이다. 유흥가 실세 토사장(김성철)의 검은 돈과 금괴에 손을 댔다가 벼랑 끝으로 몰린다. 108분. 여성 두 명이 주도하는 범죄 누아르라는 설정만으로도 국내에선 드문 시도다.
극장 흥행 실패가 곧 작품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 Y의 경우, 개봉 당시 마케팅 노출이 적었고 경쟁작 라인업에서 묻혔다. 1월 극장가는 왕과 사는 남자가 독주하던 시기였다. 같은 기간에 개봉한 작품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였다.
넷플릭스 공개 후 반응이 다르다. 검색량이 늘었고, 네이버 시리즈/영화 커뮤니티에서 "극장에서 그냥 넘겼는데 의외로 볼 만하다"는 후기가 쌓이고 있다. 넷플릭스 특성상 첫 주에 화제가 집중되므로, 지금이 타이밍이다.
네이버 평점 6.08점, IMDb 5.9점. 이 숫자가 정직하다. 각본의 완성도보다 분위기와 비주얼이 앞서는 영화다. 혹평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개연성이 부족하다"와 "스토리가 단조롭다"인데, 맞는 말이다. 두 주인공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빌런의 행동 동기가 왜 그런지 설명이 부족하다.
그런데 호평도 분명히 있다. "예상보다 훨씬 대담하고 감정적인 작품",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는 평가는 두 배우의 존재감에서 나온다. 한소희의 미선과 전종서의 도경은 확연히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화면이 심심하지 않다. 범죄 플롯보다 두 인물의 관계와 감정선을 따라가면 108분이 버겁지 않다.
김성철이 연기하는 토사장은 단순한 악당 이상이다. 영화의 긴장감 대부분이 이 캐릭터에 달려 있다. 1선급 배우들이 포진한 앙상블 — 김신록, 정영주, 이재균, 유아 — 이 각자 맡은 역을 소화하면서 씬 사이사이에 보는 맛이 있다. 이런 구성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각본의 빈틈이 덜 거슬린다.
프로젝트 Y와 결이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면 선택이 쉬워진다. 비주얼 중심 범죄 누아르, 여성 주인공 콤비, 어두운 도시 배경 — 이 세 가지를 키워드로 잡으면 강남 1970보다는 비밀의 숲 계열보다 더 영화적인 감각이 강하다. 해외 작품으로는 바벨(Babel)이나 블랙 스완처럼 "분위기가 내용을 압도하는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맞다.
반면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속도감 있는 액션과 명쾌한 스토리를 원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는 해결보다 감각에 집중한다.
이런 사람에게 맞다: 한소희·전종서 두 배우의 팬덤이라면 일단 볼 만하다. 비주얼이 탄탄한 범죄 누아르를 원하는 경우. 여성 주인공 콤비가 이끄는 국내 범죄물이 드물어서 그 희소성 자체를 즐기는 경우. 108분이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쿠키 영상은 없다.
이런 사람에겐 안 맞다: 한국 범죄 영화에 빠짐없는 스토리 완성도를 기대하는 경우. 1시간 안에 몰입이 안 되면 안 보는 성격이라면 초반이 다소 느리다. 넷플릭스에서 자동재생으로 시작해 30분 체크가 유효하다 — 30분 안에 두 배우의 케미와 톤이 맞으면 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