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3일에 개봉한 악마가 이사왔다는 112분, 12세이상관람가다. 이상근 감독이 엑시트 이후 6년 만에 가져온 신작이고, 임윤아의 선지와 안보현의 길구가 앞에 선다. 낮의 선지는 조용하고 유순한데 새벽만 되면 악마에 씌어 다른 사람이 된다. 딸을 혼자 챙기던 아버지 장수가 착해 보이는 청년 백수 길구에게 보호자 아르바이트를 맡긴다.
회사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나온 길구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이웃의 부탁을 온 마음으로 받는다. 가족애와 로맨스와 코미디가 한 편에 섞여 피식 웃기다가 뭉클한 데가 한 번씩 들어온다. 누적 관객은 436,088명이다.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으니 여름 대흥행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등급이 12세이고 러닝이 두 시간을 조금 못 미쳐서, 공포를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과 긴 영화에 지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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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악마보다 낮의 다정함이 이 편의 본업이다
개봉 직전 연합뉴스가 길구를 설명하는 방식은 꽤 분명하다. 회사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온 청년인데, 누굴 원망하지도 않고 조용히 자기 상처를 보듬는 쪽에 가깝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이웃이 도움을 부탁하자 온 마음을 다해 돕는다. 그래서 제목의 악마는 홍보처럼 무섭게 들리고, 실제 중심은 그 밤을 맡아 보는 사람의 순함에 있다. 선지가 물건을 던지고 흙을 파먹는 위악을 떨어도, 기사가 붙잡는 포인트는 길구의 꾸준함과 온순함이다.
상대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맞춰 주고, 조금 손해를 보는 상황도 개의치 않는다.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감정을 억누르지도 않는다는 말이 붙는다. 코미디의 웃음이 악마의 장난에서 나와도, 편을 끝까지 가게 하는 힘은 그 다정함 쪽이다. 무해한 영상을 보며 긴장을 푸는 일과 이 청년을 보는 일을 기사가 나란히 둔 이유도 거기 있다. 자극을 찾아 들어온 사람은 제목에 속았다고 느낄 수 있고, 순한 사람이 황당한 부탁을 받아 주는 이야기를 찾은 사람은 제목과 다르게 자리가 맞다.
112분은 공포 추격이 아니라 돌봄 알바의 호흡이다
러닝 112분은 개봉 정보와 같다. 두 시간을 살짝 넘지 않는 길이라,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밤새 쫓는 구조라기보다 낮과 새벽이 반복되는 돌봄에 맞다. 장수는 혼자서 딸을 챙기는 게 버거워진 아버지이고, 듬직하고 착해 보이는 길구에게 아르바이트 겸 보호자를 부탁한다. 일이 시작되면 기다리는 것은 거대한 음모의 지도가 아니라, 이 청년이 오늘 밤도 그 부탁을 지키는지다. 112분이 짧게 느껴지는 사람은 사건 반전을 촘촘히 세는 미스터리를 기대한 경우다.
112분이 알맞게 느껴지는 사람은 이웃의 황당한 사정을 옆에서 받아 주는 코미디를 기대한 경우다. 등급 표기와 러닝만 놓고 고르면, 심야 공포를 오래 끄는 밤이 아니라 저녁 한 편으로 끝나는 길이다. 백수의 집콕이 일터로 바뀌는 속도도 빠르다. 퇴사 뒤의 무미건조함을 한 시간 넘게 관찰하지 않고, 부탁이 들어온 뒤의 밤으로 넘어간다. 시간을 사건 수에 나누기보다 한 사람을 지켜 보는 교대에 나누는 편이라고 보면 112분이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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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등급은 가족 코미디 쪽에 무게를 둔다
12세이상관람가는 이 편을 성인 호러로 읽지 말라는 표지다. 연합뉴스는 가족애와 로맨스와 코미디가 배합됐다고 했고, 피식 웃다가 뭉클함이 한 번씩 들어온다고 봤다. 악마에 씌는 설정이 있어도 청불 등급이 아니다. 다만 12세는 전체가 아니라는 뜻도 있다. 새벽의 선지가 다른 사람이 되는 일, 물건을 던지고 위악을 떠는 행동은 초등 저학년에게 그냥 넘겨도 되는 장난으로 보기 어렵다. 부모와 함께 볼 나이와, 혼자 웃기려고 고른 성인의 밤은 같은 112분이 아니다.
주현영은 포스터에서 노란 비니를 쓴 얼굴로 임윤아, 안보현, 성동일과 나란히 걸려 있다. 배역 이름은 아라다. 그 인물이 결말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여기서 단정하지 않겠다. 포스터의 밝기만 보면 네 얼굴이 어두운 호러의 포스터가 아니라 코미디의 색 안에 있다. 빨간 배경과 노란 제목은 위협보다 소동에 가깝다. 등급과 포스터가 같은 말을 한다. 무서워서 눈을 가릴 영화가 아니라, 이상한 밤을 가족처럼 버티는 영화에 가깝다.
436,088명은 취향이 맞은 관객의 숫자다
관객 436,088명은 만 단위로 반올림하면 배정된 정수와 어긋난다. 그래서 43만이나 44만이라고 말하지 않고 436,088명이라고 그대로 둔다.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이 숫자는 실패의 낙인도, 숨은 대흥행의 증거도 아니다. 임윤아와 안보현, 성동일이 걸린 여름 극장 코미디치고는 넓은 입소문까지 가지 못한 중간 크기다. 436,088명이 표를 샀다는 것은, 악마 코미디라는 제목에 한 번 끌린 사람과 이상근의 다음 작품을 보러 온 사람이 섞여 있다는 정도로만 읽힌다.
외부 평점 사이트의 숫자는 여기 가져오지 않았다. 등급과 러닝과 관객만으로 고르면 6과 7 사이다. 12세에 112분이라는 부담이 작고, 436,088명이 빈 상영관을 뜻할 만큼 작지는 않아서 7에 둔다. 8 이상으로 올리려면 평론 표본이나 관객 반응이 같은 문장 안에 있어야 하는데, 그 숫자는 확인한 페이지에 없었다. 없는 점수를 메우지 않는 쪽이 이 편을 더 정확히 말한다. R평점은 관객이 100만 미만이라 붙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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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선지와 밤 선지를 반전 사냥으로 보지 말라
임윤아는 낮 선지와 밤 선지를 한 사람이 맡는다. 낮에는 화장기 없는 순한 얼굴에 조곤조곤한 말씨다. 새벽에는 화려한 메이크업에 웃음소리까지 달라진다. 연합뉴스는 그 연기가 자연스럽다고 했고, 성동일의 딸로 나온 캐릭터들 사이에 존재감을 더한다고 봤다. 성동일은 육아 난이도가 극상이라는 딸에게 혀를 내두르면서도 속은 따뜻한 아버지에 어울린다. 안보현의 길구는 어리숙하고 순해서 덩치 큰 강아지 같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소년 쪽에 가깝다. 다정하고 순한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잔잔하게 남긴다는 평가가 그 얼굴에 붙어 있다.
이 대비를 범인 카드 맞히기로 보면 실망하기 쉽다. 낮과 밤이 다른 것은 숨겨 둔 정답 조각이 아니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어느 쪽 얼굴을 받아 주는지 묻는 장치에 가깝다. 밤길에서 물을 건네는 스틸만 봐도 위협의 구도보다 돌봄의 구도에 가깝다. 결말이 그 질문을 어떻게 닫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스포일러 없이 고를 때는 그 질문 자체가 보고 싶은 재미인지부터 보면 된다. 변신의 끝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112분 동안 성이 안 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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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다음 6년은 이웃 이야기로 좁혀졌다
이상근은 데뷔작 엑시트로 큰 사랑을 받은 뒤 6년 만에 이 편을 내놓았다. 엑시트의 관객 수를 이 자리에 베끼지는 않겠다. 그 숫자를 연 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확인한 것은 감독의 이름과 6년이라는 간격, 그리고 이번 편이 청년 백수와 이웃의 부탁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큰 소동의 규모를 여기서 약속하지 않는다. 엑시트를 보고 같은 크기의 떠들썩함을 기대하면 112분이 작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이 황당한 부탁을 받아 주는 코미디를 찾으면, 감독의 앞 작품과 이번 편을 나란히 두기 좋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줄을 세우지는 않겠다. 순서만 말하면, 이번 편을 본 다음에 엑시트로 가는 편이 감독의 손을 비교하기에 낫다. 영문 제목은 PRETTY CRAZY다. 예쁜 미친 짓이라는 말에 가깝고, 잔혹한 악마 영화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다. 제목의 이사왔다는 귀신이 골목을 접수했다는 공포가 아니라, 아래위 집에 사람이 붙었다는 생활의 변화에 가깝다. 그 생활을 112분 동안 웃으며 볼 사람인지가 선택의 기준이다.
볼지 말지는 제목의 악마가 아니라, 112분 동안 다정한 돌봄을 견딜 수 있는지에 달렸다. 12세이상관람가이고 관객은 436,088명이다. 공포의 끝장을 기다리는 밤에는 다른 편을 고르고, 이웃의 황당한 부탁을 웃으며 받아 주는 저녁에는 이 편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