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소파에 누워서 ‘설레는 거 뭐 없나’ 하고 넷플릭스를 켰다가, 추천 줄만 30분 넘게 내리다 결국 아무것도 못 보고 끈 적 있으시죠. 이 글을 쓰는 편집자 R도 한국 로맨스 드라마는 거의 다 챙겨 보는 편인데, 막상 누가 ‘하나만 골라줘’ 하면 한참을 고민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기준을 확실하게 잡았습니다. 첫째, 이미 완결된 작품만 골랐습니다. 다음 시즌 기다리다 애타는 일 없이 그날 밤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것들이요. 둘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로맨스로 한정했습니다. 셋째, TMDB 평점 8점대 이상에 시청자 평가가 충분히 쌓인 작품 위주로 추렸습니다.
아래 8편은 단순히 유명해서가 아니라, ‘어떤 밤에 누구랑 보면 딱인지’가 분명한 작품들입니다. 설레는 게 보고 싶은 날, 펑펑 울고 싶은 날, 깔깔 웃고 싶은 날 각각에 맞춰서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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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설렘이 필요할 때 — 사랑의 불시착
한국 로맨스 입문작으로 이거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사랑의 불시착(2019)을 답합니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진 재벌 딸과 깐깐한 북한군 장교의 이야기인데, 설정만 들으면 황당해도 16부 내내 한 번도 늘어지지 않습니다.
현빈과 손예진이 주연이고, 박지은 작가가 썼습니다. TMDB 평점은 8.5점(평가 922개)으로 이 목록에서도 최상위권입니다. 두 사람 케미가 워낙 좋아서 실제 결혼까지 한 작품으로도 유명하죠. 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코미디와 로맨스로 풀어내는 균형감이 일품입니다.
설레는 정통 멜로를 오랜만에 보고 싶거나, 한국 드라마를 처음 입문하는 분께 가장 먼저 권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16부작이라 한 번에 다 보기엔 길어서, 며칠에 나눠 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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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깔깔 웃고 싶은 날 — 사내맞선
머리 비우고 그냥 웃고 싶은 날이라면 사내맞선(2022)이 정답입니다. 친구 대신 맞선 자리에 나간 하리가, 일부러 퇴짜 맞으려고 깽판을 쳤는데 알고 보니 맞선남이 자기 회사 CEO였다는 오피스 로맨스죠.
안효섭과 김세정이 주연이고, 12부작으로 회차가 짧아서 주말 이틀이면 완주가 가능합니다. TMDB 평점 8.4점(평가 737개)으로, 웹툰 원작 특유의 과장된 연출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진지한 멜로를 기대하면 너무 만화 같다고 느낄 수 있고요.
대신 ‘킬링타임용으로 부담 없이 웃긴 거’를 찾는다면 이만한 작품이 드뭅니다. 서브 커플인 김민규와 설인아 라인도 본편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데이트할 때 같이 보기에도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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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위로받고 싶은 날 — 갯마을 차차차
마음이 좀 지쳐 있을 때 보면 진짜 위로가 되는 작품이 갯마을 차차차(2021)입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바닷마을 공진에 내려온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과, 동네 만능 백수 홍반장의 힐링 로맨스죠.
신민아와 김선호가 주연입니다. 16부작이고 TMDB 평점 8.2점(평가 636개)입니다.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도 좋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은 공진 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사연입니다. 바다와 마을 풍경을 담은 영상미가 워낙 좋아서, 화면만 틀어놔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자극적인 전개보다 잔잔한 감정선을 좋아하는 분, 일에 치여서 ‘나도 어디 시골 가서 살까’ 싶은 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반대로 빠른 전개와 강한 갈등을 원하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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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그리운 밤 — 그 해 우리는
헤어진 첫사랑 생각이 나는 밤이라면 그 해 우리는(2021)을 켜보세요. 고등학교 때 찍은 다큐멘터리가 몇 년 뒤 역주행하면서, 헤어졌던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다시 소환되는 청춘 로맨스입니다.
최우식과 김다미가 주연인데, 두 배우 모두 영화에서 워낙 단단한 연기를 보여줬던 터라 드라마에서의 자연스러운 케미가 더 빛납니다. 16부작이고 TMDB 평점 8.4점(평가 166개)입니다. 헤어진 연인의 미묘한 감정, 다시 가까워질 때의 머뭇거림을 정말 섬세하게 그립니다.
화려한 사건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드라마라서, 잔잔한 청춘물을 좋아하는 분께 잘 맞습니다. 서브 캐릭터 김성철과 노정의의 이야기도 본편만큼 공들여 그려졌습니다. 혼자 밤에 이어폰 끼고 몰입하기 딱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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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설렘을 같이 — 스물다섯 스물하나
로맨스인데 마음이 묵직하게 남는 작품을 원하면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입니다. IMF 시절을 배경으로, 꿈이 좌절된 펜싱 선수 소녀와 집안이 무너진 청년이 서로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함께 보내는 이야기죠.
김태리와 남주혁이 주연입니다. 16부작이고 TMDB 평점 8.4점(평가 332개)입니다.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라 청춘의 꿈, 우정, 시대상까지 함께 담아내서 보고 나면 여운이 오래 갑니다.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설레는 동시에 한 사람의 성장 서사를 따라가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다만 마지막 회를 보고 ‘이게 맞아?’ 싶을 수 있으니, 결말에 대한 기대치는 살짝 내려놓고 과정 자체를 즐기시길 권합니다. 김태리의 연기는 어느 장면을 잘라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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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로맨스가 당기면 — 환혼
현실 배경이 좀 지겨워졌다면 환혼(2022)으로 갈아타 보세요. 가상의 나라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 때문에 운명이 뒤틀린 인물들이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입니다.
이재욱과 고윤정이 주연이고, 시즌 2까지 합쳐 총 30부작입니다. TMDB 평점은 8.6점(평가 774개)으로 이 목록에서 가장 높습니다. 무협과 판타지, 거기에 로맨스를 얹은 구성이라 세계관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듭니다. 시즌 1과 시즌 2의 분위기가 꽤 달라서, 시즌 1을 마치고 바로 시즌 2로 넘어가는 걸 추천합니다.
회차가 많은 만큼 정주행에 시간은 좀 걸리지만, 세계관 설정과 캐릭터 서사를 좋아하는 분께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반대로 가벼운 현대물을 원하면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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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호강 직진 로맨스 — 킹더랜드 &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은 결이 다른 두 편을 묶었습니다. 먼저 킹더랜드(2023)는 호텔을 배경으로 한 재벌가 후계자와 호텔리어의 직진 로맨스입니다. 이준호와 윤아가 주연이고, 16부작에 TMDB 평점 8.2점(평가 612개)입니다. 복잡한 장치 없이 잘생기고 예쁜 두 주인공의 설렘에 집중하는, 그야말로 ‘눈호강’용 드라마입니다.
다른 한 편은 동백꽃 필 무렵(2019)입니다. 편견에 갇혀 살던 싱글맘 동백과, 그를 향해 폭격하듯 직진하는 순경 황용식의 로맨스에 미스터리까지 얹은 작품이죠. 공효진과 강하늘이 주연이고, TMDB 평점 8.2점입니다. 로맨스와 스릴러를 한 그릇에 담았는데도 따뜻한 정서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대단합니다. 오정세의 인생 연기도 이 드라마에서 나왔습니다.
가볍고 설레는 게 좋으면 킹더랜드, 웃다가 울다가 마지막엔 가슴이 꽉 차는 걸 원하면 동백꽃 필 무렵을 고르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입문은 사랑의 불시착, 가볍게 웃고 싶으면 사내맞선·킹더랜드, 위로받고 싶으면 갯마을 차차차, 첫사랑이 그리우면 그 해 우리는, 여운 깊은 청춘물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판타지가 당기면 환혼, 울고 웃고 다 하고 싶으면 동백꽃 필 무렵입니다. 8편 다 완결작이라 시즌 기다릴 일 없이 그날 밤 끝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혹시 넷플릭스에 어떤 신작이 올라와 있는지, 이번 달 뭘 정주행하면 좋을지 궁금하다면 위 가이드 글을 이어서 보시면 좋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디즈니플러스 독점 한국 드라마 추천도 따로 정리해 올릴 예정이니, K드라마 정주행 좋아하시는 분은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