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를 결제해 놓고 마블·스타워즈 몇 편 돌려보다가 ‘볼 게 없네’ 하고 앱을 닫아 본 적, 솔직히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 글을 쓰는 편집자 R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디즈니플러스의 진짜 강점은 마블이 아니라, 넷플릭스만큼 안 알려진 한국 오리지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모인 작품들이 좀 독합니다. 류승룡·조인성이 나오는 초능력 드라마 ‘무빙’은 TMDB 평점 8.5로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손에 꼽고, 지창욱이 마약반 잠입 형사로 변하는 ‘최악의 악’, 남주혁이 밤마다 범죄자를 사적 제재하는 ‘비질란테’까지 — 넷플릭스에선 못 보는 라인업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디즈니플러스 한국 작품 중 ‘지금 결제했으면 이건 꼭 봐라’ 싶은 6편을, 어떤 사람한테 맞고 분량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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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 봤는데 디즈니플러스에 뭐 있나 싶다면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은 편수가 넷플릭스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대신 한 편 한 편의 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회사가 작정하고 큰 제작비를 몇 작품에 몰아준 느낌이라, 어설픈 양산형이 적습니다.
장르도 한쪽에 쏠려 있습니다. 마약·범죄·잠입수사 같은 묵직한 느와르가 강세고, 거기에 SF 액션(무빙)과 로맨틱 판타지(키스 식스 센스)가 곁들여진 구성입니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몰입 잘 되는 밤 정주행용’을 찾는 분이라면 디즈니플러스 한국 작품이 의외로 잘 맞습니다.
반대로 가볍고 말랑한 로코, 일상 힐링물 위주로 보는 분이라면 선택지가 좀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글 마지막에 솔직하게 짚어 드리겠습니다. 아래부터는 제가 직접 보고 추린 6편을, 평점 높은 순서가 아니라 ‘처음 진입하기 좋은 순서’로 배치했습니다.
무빙 — 디즈니플러스 입문이면 무조건 여기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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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할 것 없이 첫 작품은 ‘무빙’입니다. 2023년 공개작이고 TMDB 평점 8.5(283명 평가)로, 이 큐레이션에서 가장 높습니다. 강풀 작가가 자기 웹툰을 직접 각본까지 맡았고, 총 20부작입니다.
초능력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고등학생들과, 같은 능력을 가진 채 과거를 숨겨 온 부모 세대 이야기를 나란히 엮습니다. 류승룡·한효주·조인성·차태현·류승범까지 — 보통 한 작품에 한 명 모시기도 힘든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액션 시즌과 멜로 시즌, 부모 세대의 과거사 파트가 단계별로 펼쳐지는데, 후반부 부모 세대 에피소드의 힘이 특히 셉니다.
이런 분께 맞습니다. 히어로물을 좋아하는데 미국식 슈트·CG 말고 한국 정서의 초능력 드라마를 보고 싶은 분, 가족 단위로 같이 정주행할 작품을 찾는 분. 20부작이라 분량이 길지만, 중반 넘어가면 멈추기 어려워서 오히려 주말 하루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최악의 악 · 비질란테 — 밤에 혼자 몰입하는 범죄 느와르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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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으로 디즈니플러스에 적응했다면, 다음은 느와르 두 편입니다. 둘 다 결이 비슷해 보이지만 보는 맛이 다릅니다.
‘최악의 악’(2023, TMDB 8.3·12부작)은 1995년 한·중·일 마약 조직 공조수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지창욱이 마약 조직에 잠입하면서 점점 자기가 잡으려던 세계에 물들어 가는 형사를 연기하는데, 평소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깨는 변신입니다. 위하준·임세미·비비가 받쳐 주고, 핸드헬드 액션의 거친 질감이 특히 좋습니다.
‘비질란테’(2023, TMDB 8.45·8부작)는 남주혁이 낮에는 모범 경찰대생, 밤에는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를 직접 심판하는 자경단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CRG 웹툰이 원작이고, 유지태·김소진·이준혁이 함께합니다. 8부작이라 호흡이 짧고 빨라서, ‘오늘 밤 하나 끝내자’ 싶을 때 딱입니다.
둘 다 폭력 수위가 꽤 있어서 가족 시청보다는 혼자 밤에 몰입하는 쪽에 맞습니다. 잔인한 묘사에 약한 분이라면 비질란테 → 최악의 악 순서로, 강도를 올려가며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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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 형사록 — 배우 보는 맛으로 가는 정통 범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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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배우 보는 맛’으로 가는 두 편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인물의 무게로 끌고 가는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여기입니다.
‘카지노’(2022, 강윤성 감독·16부작)는 필리핀 카지노 세계에서 밑바닥부터 정점까지 올랐다가 모든 걸 잃은 한 남자의 인생을 따라갑니다. 최민식이 주연이고 손석구·이동휘·허성태가 함께하는데,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한 인물의 수십 년 인생을 어떻게 채워 넣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값을 합니다. 다만 TMDB 평점은 5.7(40명)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내레이션 위주의 전기(傳記) 형식이 늘어진다고 느끼는 분도 있으니, 빠른 전개를 원하면 앞 작품들을 먼저 보시는 게 낫습니다.
‘형사록’(2022, TMDB 6.35·16부작)은 정년을 앞둔 베테랑 형사가 정체불명의 협박과 살인 누명에 휘말리는 미스터리입니다. 이성민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정진영·경수진이 받칩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노련한 배우들이 쌓아 올리는 정통 수사극의 안정감을 원하는 분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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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식스 센스 — 느와르만 있는 거 아닙니다, 가벼운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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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다섯 편이 다 묵직했으니, 분위기 환기용으로 한 편 넣었습니다. ‘키스 식스 센스’(2022, TMDB 7.93·12부작)는 입술이 닿으면 상대의 미래가 보이는 능력을 가진 광고회사 AE의 로맨틱 판타지입니다.
윤계상·서지혜가 주연이고, 설정만 보면 가벼운데 의외로 회차가 진행될수록 두 인물의 감정선이 촘촘해집니다. 12부작이라 부담이 적고, 한 편 한 편이 길지 않아서 평일 밤에 한두 편씩 끊어 보기 좋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작품이 죄다 피 튀기는 범죄물이라 부담스러웠던 분, 진지한 정주행 사이에 말랑한 로맨스 한 편 끼워 넣고 싶은 분. 무빙·비질란테로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이걸로 풀어주는 조합을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합니다.
이런 사람에겐 디즈니플러스 한국 작품이 안 맞을 수도
솔직하게 단점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은 편수 자체가 넷플릭스보다 적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6편을 다 보고 나면 ‘그다음에 볼 한국 신작’이 금방 동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매주 새 한국 드라마가 쏟아지는 경험을 원한다면 넷플릭스나 티빙 쪽이 양으로는 앞섭니다.
장르 편식도 있습니다. 보신 것처럼 마약·범죄·사적 제재 같은 묵직한 느와르가 중심이라, 잔잔한 가족극이나 시트콤형 코미디를 주로 보는 분께는 결이 안 맞을 수 있습니다. 폭력 수위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 어린 자녀와 함께 보기엔 골라야 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면, 디즈니플러스 한 곳만 결제하기보다 넷플릭스나 티빙과 묶어 동시구독하는 쪽이 한국 콘텐츠 갈증을 덜 느낍니다. 마블·스타워즈·픽사라는 디즈니 고유 라인업에 위 한국 오리지널 6편이 더해진다고 보면, 그 조합값으로는 충분히 본전을 뽑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디즈니플러스에서 한국 작품으로 시작한다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무빙으로 진입해서 스케일에 적응하고, 비질란테 → 최악의 악으로 느와르 강도를 올린 뒤, 카지노·형사록으로 배우 보는 맛을 즐기고, 중간중간 키스 식스 센스로 숨을 돌리는 흐름입니다. 평점·장르·분량이 다 다르니 오늘 기분에 맞춰 한 편만 골라 보셔도 됩니다.
디즈니플러스의 진짜 매력은 마블·스타워즈와 이 한국 오리지널이 한 구독 안에 같이 있다는 점입니다. 디즈니 고유 신작 라인업이 궁금하다면 ‘디즈니+ 2026년 6월 볼만한 작품 가이드’를, 한 발 더 나아가 만달로리안 우주가 궁금하다면 ‘만달로리안 시리즈 시청 가이드’를 이어서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