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끝에서 (The End of the F***ing World, 2017~2019) — 10대의 도주극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나
성난사람들(BEEF) 시즌1은 2023년 에미상 8관왕, 로튼토마토 98%, IMDB 8.0점을 기록했다. 주차장 난폭운전 한 번에서 시작된 분노가 두 사람의 삶 전체를 집어삼키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갈등 드라마가 아니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피로감, 이민자 가정의 압박, 스스로도 설명 못 하는 분노 — 그게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냈다.
시즌2가 오늘(4월 16일) 공개됐다. 오스카 아이삭·캐리 멀리건 주연, 윤여정·송강호 특별 출연. 상류층 컨트리클럽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분노 이야기다. 시즌2를 기다리면서, 혹은 시즌1을 다 보고 비슷한 걸 찾고 있다면 — 분노와 자기파괴, 그리고 웃음을 동시에 담은 드라마 7편을 골랐다.
모두 스트리밍에서 볼 수 있다. 일부는 시즌1보다 더 강하고, 일부는 다른 방향으로 불편하다.
Fleabag (2016~2019) — 분노를 가장 우아하게 다룬 드라마
피비 월러-브리지가 쓰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았다. 런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여성의 이야기인데, 그 카페는 망해가고 있고 그녀의 삶도 마찬가지다. 표면은 코미디지만, 한 층 아래엔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해소 못 한 분노가 쌓여 있다.
BEEF와 가장 닮은 점은 주인공이 왜 화가 나 있는지 자기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터지고, 보는 사람이 웃다가 멈추게 만든다. 에미상 6관왕, BAFTA 수상, 로튼토마토 97%, IMDB 8.7점. 에피소드 6개짜리 시즌 두 개. 총 12편이 전부다. 시즌1은 가볍게 시작하지만 시즌2는 완전히 다른 무게다.
추천 대상: BEEF를 보고 "왜 이 사람들이 저렇게 행동하는지 더 파고들고 싶다"는 분. 여성 캐릭터의 자기파괴적 행동이 유머로 포장되는 방식에 관심 있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Amazon Prime Video (한국 포함 글로벌 서비스)
출처: 네이버 영화
Barry (2018~2023) — 청부살인업자가 연기 수업을 시작하면
빌 헤이더가 쓰고 주연을 맡은 HBO 시리즈. 오하이오 출신 청부살인업자가 의뢰를 쫓아 LA에 갔다가 연기 수업에 끌려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코미디인지 스릴러인지 판단이 안 된다. 그게 이 드라마의 전략이다.
BEEF의 대니(스티븐 연)가 분노로 인해 자기 삶을 망치는 것처럼, 배리도 탈출하고 싶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폭력 장면은 충격적이고, 그 직전까지는 웃기다. 빌 헤이더 에미상 주연상 2회 연속 수상. 로튼토마토 98%, IMDB 8.4점. 시즌4(2023)에서 완결됐다.
추천 대상: 블랙코미디와 범죄 장르를 동시에 원하는 분. BEEF보다 더 강도 높은 폭력과 충격을 원하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쿠팡플레이 (HBO 콘텐츠)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세상의 끝에서 (The End of the F***ing World, 2017~2019) — 10대의 도주극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나
17세 소년 제임스는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는다. 옆집 여자아이 알리사와 도주를 시작하는데, 처음엔 그녀를 죽이려는 생각이었다. 넷플릭스 6부작. 찰스 포스먼의 그래픽 노블 원작.
BEEF가 어른들의 분노를 다룬다면, 이 드라마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10대의 분노를 다룬다. 제임스의 무감각한 나레이션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내내 불편하고 웃기다. 시즌2는 없어도 될 수 있지만, 시즌1은 6편 내내 밀도가 유지된다. 로튼토마토 95%, IMDB 8.0점.
추천 대상: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 볼 체력이 없을 때, 6편짜리 드라마로 같은 밀도를 원하는 분. 청소년 캐릭터가 주인공인 어두운 이야기를 원하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Netflix
출처: 네이버 영화
Bad Sisters (2022~2024) — 자매들이 함께 살인을 계획하는 블랙코미디
샤론 호건이 기획·주연을 맡은 Apple TV+ 아일랜드 드라마. 가빈 자매 다섯 명은 언니의 남편(형부)을 없애기로 결심한다. 형부는 언니를 오랫동안 학대해왔고, 자매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살인 계획과 현재 타임라인이 교차 편집된다.
BEEF에서 두 사람의 분노가 서로를 향했다면, 배드 시스터즈에서는 분노의 방향이 공통의 적으로 명확히 설정돼 있다. 그래서 BEEF보다 통쾌한 측면이 있다. 죽는 장면도 웃기다. BAFTA 수상, 로튼토마토 97%, IMDB 8.1점. 시즌2(2024)도 완결됐다.
추천 대상: 가족 드라마이면서 블랙코미디인 걸 원하는 분. 아일랜드 배경의 낯선 분위기를 원하는 분. 여성 앙상블 캐스팅을 좋아하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Apple TV+
출처: 네이버 영화
Dead to Me (2019~2022) — 두 여자의 비밀이 우정보다 먼저였다면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 린다 카델리니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남편을 잃은 분노형 미망인 젠과, 불안증을 달고 사는 자유분방한 주디가 슬픔 모임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그런데 주디가 젠의 남편 사망과 연관이 있다.
BEEF가 낯선 두 사람이 분노로 묶이는 이야기라면, Dead to Me는 비밀과 죄책감으로 묶인 두 사람의 우정이다. 블랙코미디 분류지만 눈물 나는 순간도 있다. 두 주연의 연기가 이 드라마를 지탱한다. 시즌1 로튼토마토 93%, IMDB 7.8점. 3시즌 완결.
추천 대상: BEEF를 보고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집중했던 분. 30~40대 여성 주인공의 현실적인 드라마를 원하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Netflix
출처: 네이버 영화
나쁜 엄마 (2023) — 한국판 분노와 화해, 이도현의 눈빛이 다하다
2023년 JTBC 드라마. 라미란·이도현 주연. 냉혹하고 교육에 집착하는 엄마 영순과, 그 엄마에 의해 왜곡된 삶을 살다 뇌 손상 후퇴행한 아들 강호의 이야기다. 아들이 어린아이로 돌아가면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다.
BEEF처럼 직접적인 블랙코미디는 아니다. 그러나 쌓인 분노, 표현 못 한 상처, 그리고 뒤늦은 화해라는 구조는 연결된다. 이도현의 퇴행 연기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실감 났고, 라미란의 중반부 이후 감정선이 드라마를 끌고 간다. 한국 정서로 분노와 가족을 다루고 싶다면 이 리스트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작품이다. IMDB 8.2점.
추천 대상: 한국어 드라마를 원하는 분. 분노보다 화해의 과정에 더 관심 있는 분. 한국 가족 드라마 특유의 감정선을 원하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티빙 (JTBC)
출처: 네이버 영화
Succession (2018~2023) — 가장 화가 많은 가족의 가장 비싼 블랙코미디
HBO 드라마. 글로벌 미디어 제국을 소유한 로이 가족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벌이는 권력 싸움이다. 아버지 로건 로이(브라이언 콕스)와 세 자녀 켄달, 시브, 로만의 갈등이 4시즌 내내 이어진다.
BEEF가 아래 계층의 분노를 보여준다면, 서세션은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보여준다. 돈이 있어도 인정이 없고, 권력이 있어도 애정이 없다. 블랙코미디지만 웃음 뒤에 허무함이 크다. 에미상 작품상 4회 연속 수상. 로튼토마토 97%, IMDB 8.9점. 시즌4(2023)에서 완결됐다.
추천 대상: BEEF를 보고 "더 넓은 스케일의 분노 이야기를 원한다"는 분. 40부작 이상의 긴 드라마를 감당할 수 있는 분. 권력·돈·가족이라는 키워드에 관심 있는 분.
어디서 볼 수 있나: 쿠팡플레이 (HBO 콘텐츠)
출처: 네이버 영화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BEEF처럼 짧고 강렬하게: Fleabag (12편) 또는 The End of the F***ing World (6편). 한 주 안에 볼 수 있다.
블랙코미디인데 통쾌함을 원한다면: Bad Sisters. 형부를 죽이려는 자매들의 계획이 진행되면서 카타르시스가 쌓인다.
분노보다 인간관계에 관심 있다면: Dead to Me 또는 나쁜 엄마. 두 편 모두 관계의 균열과 복원이 핵심이다.
긴 드라마를 각오하고 최고를 원한다면: Succession 또는 Barry. 둘 다 시즌을 거칠수록 깊어진다.
이 리스트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웃음보다 감동을 원한다면, 갈등보다 힐링을 원한다면 — 이 7편은 그 반대 방향이다.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됐을 때 보는 게 맞다.
성난사람들2 시즌2는 오늘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시즌1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먼저 복습하고, 이미 다 봤다면 위 7편 중 한 편을 고르면 된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비슷한 감각을 찾을 수 있다.